우연히 또는 쓰잘 때기 없이.
그렇게 웹의 길을 걷다가 길가에 걸린 표지판에 멈췄다.
표지판에 적힌 정확한 내용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책을 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책을 읽다보니 이 책을 산 이유가 '사랑'때문이었음을 알았다. 정확히는 '개별화'라는 내용에 끌렸다.
불과 몇 년 전. 사랑이란 무엇인지, 사랑은 어떻게 하는 것인지에 대해 한참 질문을 던졌던 시기가 있었다.
결국 정답을 찾지 못했고, 사랑해야 하는 사람들을 사랑해야 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던 것 같은 기억만 남아 있었다.
 물론 책을 통해 새로운 정답을 찾지는 못했지만, 누군가를 사랑하는 방법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하게 되었다.

 제목에 '을'이 들어 간 것에 비해 그런 느낌이 별로 들지 않았다.
저자는 자신에 삶에 대한 성찰을 철학으로 적절하게 풀어놓았다. 신기한 건 저자는 우리였고, 나였다.
그의 생각은 내 생각이고, 그의 반성은 내 반성이었다.

 어디선가 읽었던 텍스트가 나와서 반가웠고, 기억하려고 했던 내용들이 나와서 다행이었다.
어렴풋이 잡혀가고 있는 삶에 대한 나만의 정의에 대해 한번 더 복습하는 기분이 들었다. 이번엔 철학을 통해서.
그리고 누군가를 사랑하지 못하는 나에 대한 고민은 다시금 자아를 사랑하는 방법에 대한 배움을 주었다.

내용 중에 '30살이 된 분들이 그쯤 번호를 바꾸러 온다'는 직원의 말이 귓가에 맴돈다. 왜 일까?
누군가의 번호 바꿈의 대상이 되었을 것 같아서?
아직도 번호를 바꿔볼 생각을 못해봤기 때문에?
아니면 또 다른 이유 때문에.

따스한 햇살이 눈치 없이 땀을 잔뜩 흘리게 하는 정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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