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이 갖지 못한 감정이 내게 왔다.


 책을 읽는 내내 썩 유쾌하지는 않았다. 

왜 그랬는지는 아마도 주인공에게 발생하는 상황들의 묘사는
오로지 나만 받아들여야 할 감정 같았다.

  한 번에 읽어 내려갈 수 있을 만한 페이지를 가진 책이었지만
그 페이지에 담긴 무게가 무거워서 종이 한 장을 넘기는 게 버거웠던 적도 있다.

  그 무거운 페이지들을 전부 넘긴 후에 아련함과 동시에
몇 가지 의문이 들었다.

  난 언제부터 감정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까? 와
감정이 없다면 어떨까? 이다.

  의문을 가짐과 동시에 머릿속이 텅 비어버렸다.
마치 뇌가 'Unknown'이라는 경고창을 띄우는 거 같았다.

  '갑자기 왜 그런 걸 궁금해해?', '궁금해하면 다쳐.'라고
하는 것 같았다. 감정이라는 것은 비밀이 많은 아이일까?

  감정의 존재를 궁금해하는 순간, 감정의 악용이 가능하기 때문일까?
내 감정을 숨기거나, 상대방의 감정을 이용하는 것들.

  아마도 감정이 없던 윤재가 곤이를 착한 아이라고 말한 것은
감정에 대한 의식의 관여 없이 그것을 올곧이 표출했기 때문은 아닐까?

  상황은 달랐지만 순수함 그 자체를 표현하는 아이들.
사람들은 그들을 괴물이라 불렀지만,
나도 할멈처럼 예쁜 괴물이라 불러주고 싶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