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호! 내 감정은 옳았다.
책을 받고 표지를 앞뒤로 훑은 뒤,
표지 안쪽의 글을 읽다가 철렁했다.
"당신의 감정은 언제나 옳습니다. 지금 마음 어떠세요?"
기쁨, 슬픔, 즐거움, 우울, 후회, 불안, 절망 ...
언제, 어디서든 느꼈던 내 감정은 옳았다.
그게 어떤 감정이었든지 말이다.
이 책에 대한 내 감정은 뭘까? 이 책을 읽고 난 지금 내 마음은 어떠한가?
한참을 고민해도 지금 느끼는 이 감정을 표현할 단어가 생각나지 않았다.
슈드비(should-be) 때문일까? 독후감에 대한 압박?
책을 정확하게 읽어내고 예리하게 비판한 글을 써야 할 것만 같은...
내 감정은 옳았는데 옳지 않을까 봐 숨긴 걸까?
지금 내 마음은 어떠한지 궁금하다.
잔잔한 호수에 작은 돌을 하나 던져 본다.
책을 읽는 동안 느껴졌었던 마음들이 물결이 되어 온다.
기쁨과 즐거움 - 낯선 책에서 이전에 내가 읽었던 내용이 떠오른다.
똑같은 내용인데 그게 무슨 즐거움인가 싶겠다만 나에게 공감해줬던
책이었기에 그런 것 같다. 혹은 내가 공감했던 책에 대한 지지쯤일까.
또 다른 낯선 책에서 이 책과 비슷한 내용이 제시된다.
일련의 이런 과정들. 약간 과장해서 정말 소름이 돋았다.
그냥 이게 내 마음이다. 내 마음은 틀리지도, 다르지도, 이상하지도 않다.
슬픔과 절망 - 상실과 죄책의 시대를 넘기면서 마음이 아팠다. 그리고 슬펐다.
책에서 의도한 바가 아닐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사람들의 이야기가, 감정이 스며들었다.
하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나에게 3인칭이었다.
삶을 돌이켜보니 분명히 난 슬펐지만, 주변에 공감하지 못했던 것 같다.
어찌보면 난 방관자일지도 모른다.
호수는 다시 잔잔해졌다.
책 표지 뒤에 내용이 저자의 글의 처음이자 끝인 거 같은 느낌이다.
방송된 내용 기반의 책이라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한 번에 집중돼서 읽히지 않는 경향이 있다.
마지막으로 당신은 아빠, 엄마, 선생님, 상사, 오빠, 언니, 누나, 아들, 딸이 아닌
인간이다.
우리는 모두 마음을 지닌 그저 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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